:28 복도를 또 지나며
혜희는 복도를 두 번 꺾었다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다시 두 번 꺾어 처음 꺾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따위 복도를 만든 게 누군가. 혜희는 담배를 꺼낸다. 혜희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혜희 앞에는 액자가 걸려 있다. 푸르스름한 철로 만들어진 액자다. 담배요정그림이 액자 속에 있다. 요정은 항상 묘사되는 그 모습에, 그림 밖으로 기어나오려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복도에는 조명이 없고 창문이 있다. 요정의 둥근 눈구멍은 항상 그렇듯 칠해지지 않았다. 요정의 몸은 항상 그렇듯 옥색이고, 요정의 손에는 불 붙은 담배가 있고, 항상 그렇듯, 불편한 자세로 뭔가를 제안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혜희는 담배를 털어 끈다. 그리고 다시 복도를 두 번 꺾어볼 참에, 두 번의 외침을 듣는다. 안녕하신가! 안녕하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