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신이 오기 전에

혜희는 품에서 서한을 꺼내 신자의 눈앞에 들이민다. 신자는 감히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눈으로만 그것을 읽는다. 읽기를 마친 신자가 다시 혜희를 보자, 혜희가 울고 있는 신자의 어깨를 한 번 짚어 준다. 서한은 접혀 다시 혜희의 품속으로 들어간다. 혜희가 그렇게 하고,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신이 오기 전에, 혜희가 그렇게 말하고 신자의 곁을 떠난다. 신자는 쏟아진 은색 알갱이들 위에 엎대어 빈 액자를 부여잡는데, 일들은 다 신이 없는 동안에 일어난 것이다. 이 참담함, 신자는 눈물과 콧물을 흘리면서 웃고 있고, 바로 그런 점, 자신이 웃고 있다는 점이 신자를 점점 더 슬프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