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사가의 관 속
사가의 관 속에 있는 것은 사가의 몸. 사가를 가리켜 잠들었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사가가 깨어나지 않기 때문. 사가가 꾸는 꿈이 없는 것은 사가에게 입이 없기 때문. 사가의 관 속에는 계원의 나신을 본뜬 석고상이 들어 있고 그것을 이제는 사가의 몸이라고 다들 부르는 것이다. 사가의 진짜 몸이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이 먼저 돌고, 그러한 미신들을 처리하는 것이 사령부의 첫째 일이었다. 무차별로 쏟아져 흩어진 이름들이 아무것도 감히 지휘하지 못하도록, 그것들을 성좌로 만드는 것이. 혜희는 계원의 나신 사진을 찢어 물 위에 던진다. 다시 한번 창밖을 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혜희는 그 문장을 연이어 되돌려보며 눈을 감는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계원에게 몇 자 적어 보낼까 하다가 그만둔다. 혜희는 눈을 감고, 사가의 관 속에 있는 것은 사가, 혜희는 사가가 이제 관 속에서 속삭이게 한다. 사가의 관 속에 있는 것은 사가... 사가는 관 속에서 속삭이고 있고 재건위원회 행렬은 햇빛이 쏟아지는 대로를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