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이것은 하나의 악몽이 아니고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얼마나 더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생활이 이곳과 우리를 갈아 버리고 있다. 우리가 말하든 말하지 않든. 몇 개의 어떤 소리를 내든.
이것은 하나의 악몽이 아니고 우리는 다시 뜨는 해를 본다. 우리는 여름 감기에 걸려 있고 우리는 이제 중단하고 싶다. 만사를. 만사라는 생각을.
그냥 계속하는 거지. 그냥 계속 한다라... 그냥 계속한다. 계속 한다.
거리로 다닐 때 우리의 꿈이 우리의 거리에 난입한다. 골목으로 다닐 때. 이것은 하나의 악몽이 아니고 여러 악몽, 대로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총합,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의 총합 같은 것이다.
만약에 혜희가 죽는다면, 만약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혜희가 죽었고 여기에 있다면. 이곳이 사후세계라면, 우리만이 그것을 모르고 있다면. 천사들이 천사들이고 개들이 개들이라면. 이곳이 어디인지 모두가 안다면.
이곳이 하나의 악몽이 아니고 이곳이 이곳일 뿐이면, 바깥은 없고, 안쪽도 없으며, 바깥은 이곳이고. 저곳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의 악몽이 아니고 여러 악몽이라면, 우리가 여럿인 것은 결국 분명해진다. 우리는 이제 우리라는 생각과 우리를 중단하고 싶어진다.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생활이 우리를 갈아 버리고 있다. 가루로, 재로. 비열하고 무자비한 하느님 같은 생활. 우리는 악몽 같은 소리를 내며 흩어지고 있다. 당연하게. 당연하게 우리는 유리를 떠올린다.
만약에 혜희가 죽는다면. 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