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지나는 길마다
지나는 길마다, 이제는 어떻게 합니까 물어 온다. 혜희는 이제 어떻게 할까 생각한다. 혜희는 대답하지 않는다. 당신은 죽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불멸이라고는 못 들었나보네. 혜희는 대답하지 않는다. 혜희는 골목으로 들어선다. 영전이 태어난 골목이었다. 혜희는 검은 대문을 민다. 아직도 이런 대문이 있는가. 영전의 장성한 아들딸들이 꼬리를 흔들며 혜희를 맞는다. 혜희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제 어떻게 할까. 개들은 세멘 바닥에 등을 비비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혜희는 뭐라고 속삭여준다. 계단 위의 문이 열리며, 개 주인이 나와 오랜만이야, 하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여러 옛일들이 떠오르고, 그것은 전부 일어나지 않은 일들인 것만 같다. 혜희는 대답하지 않고 개 주인에게 편지를 주며, 개 주인은 편지를 받는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언제? 혜희는 대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