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첨병의 말을 들음
그렇다면 이 부족한 내가, 감히 첨병들을 대표해 말하겠소.
첨병이 털 것 없는 옷을 털고 가다듬을 필요 없는 목청을 가다듬는 사이 나는 두루마리를 소매 속에 잘 챙겨둔다. 첨병은 두 발이 땅에 잘 붙는지 확인해 보려는 듯 발을 구른다. 첨병의 가벼운 발이 풀을 누르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나는 처음으로 기쁨을 느낀다. 그와 조금 더 떨어져 서면서, 그에게 연단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길잡이 따위가 아니라 더 높은, 일테면 화자 대리 정도 되는 자리에 있었다면, 저 훌륭한 첨병에게 반드시 훌륭한 연단을 내어 줄 텐데!
영광이오, 영광이오!
첨병은 금관악기 같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한다. 그의 눈은 보이지 않는 군중들을 향해 있다.
길잡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오. 그렇지 않소? 길잡이가 없다면 나도 없을 거요. 우리의 길잡이가 나를 찾아내 주지 않았더라면! 보시오, 길잡이들은 갑자기 깨어나오. 자신만의 방에서.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깨어나면서, 그들은 새로운 차원으로 가고,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닿소. 그들은 알 수 없었던 것을 알게 되고, 알았던 것을 다시 알게 되오. 길잡이의 일은 돌이킬 수 없소. 길잡이들은 그 전부터 있었지만, 그 후부터 있는 것이오. 깨달으면서부터. 깨어나자마자, 길잡이들은 이곳 관리들의 방문을 받는데, 그에 드는 행정적 소요가 이만저만이 아니오.
나는 박수를 친다.
길잡이들은 방문을 받고 자신만의 방을 떠나오. 약간의 주의도 듣소. 하지만 누가 그런 잔소리를 신경 쓰겠소? 길잡이들 앞에는 광활한 세계가 펼쳐져 있고, 이 세계에는 수많은 길잡이들이 떠돌고 있소. 수백인가 수천인가 아무도 모를 것이오. 모든 것을 아는 이들을 빼면! 길잡이들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이끄오. 우리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과 곳으로, 지금 저 길잡이가 입은 것과 같은, 소매가 넓은 옷을 입고. 저 커다란 등짐과 붉은 끈으로 묶은 바짓단을 보시오. 이곳의 눈 가진 이라면 누구나 길잡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오. 이곳의 눈 가진 이 누구든 이 나를 첨병으로 알아볼 수 있듯이 말이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소. 내가 제대로 말했소?
당신은 제대로 말했어요. 더 옛날 이야기를 해주세요. 더 옛날 이야기를!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린다.
길잡이여, 오오 길잡이여! 그대는 쓰러질 것이요. 이야기를 찾다가! 나는 더 옛날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소. 이 세계가 어떻게 이런 모양으로 되었는지 나는 모르오. 나는 당신 이전에 대해서는 모르오. 아마 그것은 당신이 알 것이오. 나는 이 세계가 원래 이런 곳인 줄로만 아오. 나는 이렇게 물으라 들었소. 길잡이여, 그대가 우리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오? 우리가 보기를 원하는 이야기는?
첨병은 두 팔을 펼치고 있다. 나는 말하기 싫다. 당신이 말하면 안 될까요? 당신이 저보다 더 나은 것 같은데요! 그러나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 위대한 화자 대리는 속으로 그런 말을 수억 번도 더 억눌렀을 것이다. 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나는 용과 싸우는 생각을 한다. 용이 불을 물고 있고, 나는 그 속으로 돌진한다. 나는 녹는다. 용은 안전해진다. 이것이 그런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대로 첨병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싶은 마음을 물리치며 나는 답한다.
나는 수도로 갈 거예요. 사가를 찾아낼 거고요.
기다려주던 첨병은 흔쾌히 답한다.
좋은 이야기요. 많은 이들이 지켜볼 것이오. 명령서를 확인하시오. 당신이 할 일이 적혀 있소. 하려는 이야기를 하며, 그 일도 행하시오. 길잡이의 운을 비오.
첨병은 잘 훈련된 몸짓으로 인사한다. 거기까지가 첨병의 일이고, 첨병의 일은 그것이 끝이다. 나는 다시 소매 속에 손을 넣어 두루마리를 잡아 본다.
첨병이 털 것 없는 옷을 털고 가다듬을 필요 없는 목청을 가다듬는 사이 나는 두루마리를 소매 속에 잘 챙겨둔다. 첨병은 두 발이 땅에 잘 붙는지 확인해 보려는 듯 발을 구른다. 첨병의 가벼운 발이 풀을 누르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나는 처음으로 기쁨을 느낀다. 그와 조금 더 떨어져 서면서, 그에게 연단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길잡이 따위가 아니라 더 높은, 일테면 화자 대리 정도 되는 자리에 있었다면, 저 훌륭한 첨병에게 반드시 훌륭한 연단을 내어 줄 텐데!
영광이오, 영광이오!
첨병은 금관악기 같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한다. 그의 눈은 보이지 않는 군중들을 향해 있다.
길잡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오. 그렇지 않소? 길잡이가 없다면 나도 없을 거요. 우리의 길잡이가 나를 찾아내 주지 않았더라면! 보시오, 길잡이들은 갑자기 깨어나오. 자신만의 방에서.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깨어나면서, 그들은 새로운 차원으로 가고,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닿소. 그들은 알 수 없었던 것을 알게 되고, 알았던 것을 다시 알게 되오. 길잡이의 일은 돌이킬 수 없소. 길잡이들은 그 전부터 있었지만, 그 후부터 있는 것이오. 깨달으면서부터. 깨어나자마자, 길잡이들은 이곳 관리들의 방문을 받는데, 그에 드는 행정적 소요가 이만저만이 아니오.
나는 박수를 친다.
길잡이들은 방문을 받고 자신만의 방을 떠나오. 약간의 주의도 듣소. 하지만 누가 그런 잔소리를 신경 쓰겠소? 길잡이들 앞에는 광활한 세계가 펼쳐져 있고, 이 세계에는 수많은 길잡이들이 떠돌고 있소. 수백인가 수천인가 아무도 모를 것이오. 모든 것을 아는 이들을 빼면! 길잡이들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이끄오. 우리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과 곳으로, 지금 저 길잡이가 입은 것과 같은, 소매가 넓은 옷을 입고. 저 커다란 등짐과 붉은 끈으로 묶은 바짓단을 보시오. 이곳의 눈 가진 이라면 누구나 길잡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오. 이곳의 눈 가진 이 누구든 이 나를 첨병으로 알아볼 수 있듯이 말이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소. 내가 제대로 말했소?
당신은 제대로 말했어요. 더 옛날 이야기를 해주세요. 더 옛날 이야기를!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린다.
길잡이여, 오오 길잡이여! 그대는 쓰러질 것이요. 이야기를 찾다가! 나는 더 옛날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소. 이 세계가 어떻게 이런 모양으로 되었는지 나는 모르오. 나는 당신 이전에 대해서는 모르오. 아마 그것은 당신이 알 것이오. 나는 이 세계가 원래 이런 곳인 줄로만 아오. 나는 이렇게 물으라 들었소. 길잡이여, 그대가 우리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오? 우리가 보기를 원하는 이야기는?
첨병은 두 팔을 펼치고 있다. 나는 말하기 싫다. 당신이 말하면 안 될까요? 당신이 저보다 더 나은 것 같은데요! 그러나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 위대한 화자 대리는 속으로 그런 말을 수억 번도 더 억눌렀을 것이다. 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나는 용과 싸우는 생각을 한다. 용이 불을 물고 있고, 나는 그 속으로 돌진한다. 나는 녹는다. 용은 안전해진다. 이것이 그런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대로 첨병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싶은 마음을 물리치며 나는 답한다.
나는 수도로 갈 거예요. 사가를 찾아낼 거고요.
기다려주던 첨병은 흔쾌히 답한다.
좋은 이야기요. 많은 이들이 지켜볼 것이오. 명령서를 확인하시오. 당신이 할 일이 적혀 있소. 하려는 이야기를 하며, 그 일도 행하시오. 길잡이의 운을 비오.
첨병은 잘 훈련된 몸짓으로 인사한다. 거기까지가 첨병의 일이고, 첨병의 일은 그것이 끝이다. 나는 다시 소매 속에 손을 넣어 두루마리를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