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y의 목소리가 기억났다 뭐라고 했지 개는 뛰고 있었다 뭐라고 했지
바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냄새도 없었고, y는 구하라고 했다 세계를 구하라는 게 무슨 뜻이었을까
바보를 죽이러 오는 이가 있다고 바보에게 알려 주는 것이 세계를 구하는 일일까? 그러지 못했다, 바보를 죽이러 오는 이를 내가 먼저 죽여야 하는 걸까? 그러지 못했다, 바보가 닥쳐오는 자기의 죽음을 알게 되는 것이 세계를 구하는 일일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바보는 죽은 걸까? 임금이 죽인 걸까? 왜 개가
세계까지 구해야 할까, 개는 복잡한 것은 몰랐다 그 동네에서는 최고로 총명했던 개도
모르는 이 동네에선 아니었고
모르는 일은 몰라, 난 몰라
영전! 영전! 누가 계속 부르는 것만 같은 도중, 개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조용한 동네였다
로봇
축축한 것이
나를 건드립니다 나를 굴립니다
단단한 것이 나를 건드립니다
나를 긁습니다, 그것이 개의 코와 발톱인 줄을 압니다, 알자마자,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울 텐데, 영전의 이름을 부르면서, 머리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고,
영전이 주둥이와 발로 나를 누르려는 것이 느껴집니다 굴러가지 않도록, 어쨌든 나를 알아본 것입니다
영전과 어떤 단단한 벽 사이에서 나는 이리저리 부딪칩니다 우리가 대체 어떻게 되려는 걸까요
영전이 멈추며 나도 멈춤,
이윽고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나를 감쌉니다
유령
너희가 내 꿈이 아니듯 나도 너희의 하느님이 아니다 그게 맞는 걸까?
나의 목소리를 너희가 들을 수 없는 듯이 하느님의 음성도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다 그게 맞는 걸까?
우리 모두를 통과해 만질 수 있는 이가 계신다고 나는 믿는다 어째서, 믿음이 뭐기에 나,
유령이 개의 등을 쓸자 흰 털들이 곤두선다
보자기에 싸인 로봇의 밥통 같은 몸체를 들어 안은 유령은
빛에 대하여 선 각도를 따라 가끔씩만 보이던 유령은 기어이 누이의 몸체를 얻고
저건 무슨 빛이지?
기적 없음
바보
없어져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보다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더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것을 살려야 한다는 게
어떤 것을 뭐 하러? 너희에게
어떤 것을 죽여야 할 이유는 넉넉한데
살려야 할 이유는 차차 잃어 온, 너희는 이제 전부 잃었지 그래서 내가 나선 거니? 너희에게 떠밀려, 파도 같은 너희에 의해, 선한 일과 관련해서는
들풀만큼도 못하는 너희를 위해? 이 일이 내게 이해될 수 있겠니? 이해가 된다 날 때부터 나는 이해했지 나는 말을 넘어서 손을 뻗는 이로, 이 해변에서 뒹굴며 살갗으로 이해하는
내가 웃고 있구나 나도 내 이름을 안다 믿어라, 내 이름을 부르면 내가 돌아볼까? 너희가 믿건 믿지 않건 나는 돌아본다 너희가 부르건 부르지 않건
너에겐 혼란이 필요해, 너에겐 안정이 필요해, 너를 흔들었다가 내던져 버릴 것이 너에겐 필요해, 세상이 아닌 곳으로, 너에겐 세상이 아닌 것이 필요해, 세상이
아닌 곳이, 세상은 내게 그렇게 말하는 듯하고 내가 세상이 되어 버린 것만 같구나
없는 것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