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랬지, 사영의 투명한 손길로 개는 폭풍 직전에 본 것을 떠올렸다

그랬지, 한 나를 지키려고 했었지 무엇으로부터?

모르는 친구로부터, 너는 주인이 없냐고 묻던

몇 사람의 불행으로 누군가 행복한 것, 한 나는 바로 그런 몇 사람을 맡고 있다, 이걸 납득할 수 있겠어? y가 했던 말,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알겠다, 사영의 손은 여전히 개의 등 위를 오가고

그렇지, 너희가 동기간이었구나, 나한테도 동기가 있었던가? 그들도 죽었던가? 사영의 손은 계속 차고, 개는 그들의 이름들마저 떠올랐다 인간의 말로는 옮길 수 없는, 이름이라기보다는 몸짓이었던 나의 동기들

지혜가 물과 함께 온다면, 사영의 손은 무엇도 적시지 않는 물이 되어 영전을 가라앉히고 있다, 반문을 향해, 미래를 향해, 나한테도, 나, 영전에게도 그것이 온다? 내가

개였구나, 개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고 종족을 알게 되고, 개는, 나, 영전은 드디어 자신을 얻는다, 얻자마자, 바보에게 불행을 안겨 주려고 온 세상이 몰려드는 것을 너는 납득할 수 있겠어?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있었다, 그 손으로 하려던 말, 항상 머리를 짚으려는 뜻도 생각이 났다, 전부 떠올랐다





로봇

전류 같은 것이 들어옵니다 내게도 촉감이 있지요 이것은 무엇을 위한 전류입니까?

개의 한 번 짖음, 속삭이는 소리도 들립니다 내게는 아직 귀가 있습니다 사람이라 불리는 것들과 달리? 두 번 짖음, 세 번 짖음

네 번 다섯 번 짖음, 개가 왜 짖는지 궁금합니다, 속삭이는 소리, 속삭이는 소리

속삭이는 소리, 무엇이 다가온다는 것이지요? 무엇이 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무엇이 왔다가 갔다는 것이지요? 무엇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지요? 내 머리와 다시 만나게 해 주세요, 눈과 다시 만나게 해 주세요, 내 머리가 어디에 있나요? 내 음성을 듣고 있는 이 있습니까? 내 음성에 응답할 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이제 사영은 나를 감싼 보자기를 쓰다듬고 있어요, 너, 이름이 없는 기계장치야,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하지 않니? 묻습니다, 저는 옛일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저는 앞일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내게

다만 머리를 돌려주세요, 나의 머리도 심판받았습니까? 이것이 나의 마지막 모습입니까? 이것이 나의?





유령

오후의 것인지 오전의 것인지 모를 햇살이 너희에게 떨어지고 있다

생전의 네 말대로 만약 이승이 죽은 이들의 사후세계이고 사후세계라는 생각이 정말 그뿐이라면, 네가 사후세계를 향해 떠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사후세계를 남겨놓고 떠났을 뿐이라면

사후세계의 빛으로부터, 지옥과 천당은 언제나 드러나야만 하고 하느님도 그렇고, 돌아가던 팽이를 멈추고 원래의 무늬를 확인하듯 그것들의 신비했던 정체들 이제 이승의 말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나니

이미 그래 왔던 것을 모른 척하는 마음 알고 싶지 않은 마음, 나쁘게 물려받은 것을 제대로 얻지도 못하고서, 나는 너의 사후세계에서 깨어났다 그날 아침에

너 사영아

이제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짐승이 말 못함을 넘어서고 기계가 머리 손발을 잃고 내가 더 이상 너의 병이 아니게 되어가는 때, 죽은 그 세상에서, 다음 세상에서 너희는 되살고 있다 너희는

사상이 되어 가고 있다, 너희가 너희를 벗어나면서, 이상한 기분이 이쪽의 나를 휩쓸고 있다 나의 몸이 너의 것이 되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거니?





바보

심판자는 항상 심판받아야 한다, 이런 꿈에서라도, 지금부터는 내가 꾸는 꿈인 줄을 안다, 심판받은, 나는 이 해변을 안다, 전에 본 적이 있다, 그것은 나의 해변이 아니었지, 지금 저 물거품은 나의 것처럼 보인다, 나는 모래알들을 잔뜩 그러쥐고 있다, 그것들은 모두 젖어 있다, 나는 쥐었던 것을 흩뿌리고, 또 쥐었다 흩뿌리고 있다, 내가 뿌린 모래알들이 뿌리지 않은 모래알들 사이에 녹아드는 것을 본다, 녹아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들이 모두 내것이라니, 아이들, 이것이 내가 받은 일이라니, 내가 받은 심판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