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확하게 한 번만 죽어보고 싶다. 여름이며 앞뒤는 암흑이다. 복도 저 끝에선 파리 떼가 휘몰아치고 있을 거다. 정확하게 한 번, 젖은 티셔츠를 벗는다. 허공 속으로 소름 돋은 팔을 밀어 넣는다. 옛 기도와 과거 생각, 지금 이 고장에서는 손만 모아도 웃음이 나온다. 이 생활은 분절 없이 하강 중인 검은 벽이다. 무슨 생활? 다 아는 생활, 너도 하는 생활. 역사는 똥 더미야. 빗소리, 두 쥐의 시체를 데려가는 강우, 전진, 그렇게 하게 될 때 그렇게 하고 있는 무서움?
 나와 달리 발끝은 부딪힐 때마다 소스라친다. 걸레처럼 내던져진 옷을 줍는다. 틀림없이 붉으리라. 무엇이? 우리의 손이, 발이. 우리라고? 무슨 우리? 정전 속에서, 엉긴 머리칼이 감지 못하는 눈을 찌른다. 머리털들은 비리고 축축한 짐승 거죽으로 이어져 있다. 아무리 부릅떠도 씨실과 날실은 어둠, 어둠입니다, 어둠 속에서
 입고 벗는 우리, 말과 발이 뒤섞이고 한 파리가 팔을 타고 내려간다. 손등의 맛을 보며 가는 것 같다. 그것의 눈은 붉은색이고 혀는 그보다 어두운 색이다. 그것은 외국이다. 그렇겠지, 어떤 맛인가요, 죽을 맛인가요? 외국 신은 날아간다. 나는 틀림없이 보이진 않을 거다. 눈이니 혀니…… 간지럽다.
 열쇠를 거꾸로 잡고 돌렸다가 바로 잡고 돌린다. 어느 다른 건물, 어느 다른 방이 아닐까 하는 짐작은 틀렸다. 제대로 찾지 않아도 될 방을 제대로 찾아 들어간다. 그 두 구는 어디를 돌다 어떻게 만났을까? 틀림없이 중요하진 않지. 인간은 이다. 머릿니다.
 형광등은 켜지지 않는다. 다들 죽은 듯한 방에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있다. 나도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눕는다. 바닥이 젖는다. 침대, 책장, 티브이는 모든 각도를 반납했다. 여기에 없었던 나도 그렇게 한다. 이것은 악수다. 반사의 요청 없는 쥐의 눈 속으로, 우리를 구분시켜 주던 빛은 빨려들었다. 미지근하고 딱딱한 동전이 손에 잡힌다. 바닥을 찍어보고 아무 구석에나 던져본다. 두 번의 소리로 쇳조각은 어딨는지 알 수 없고, 장판의 자국을 더듬어 본다. 웃는 굳은 얼굴을 만든다. 어둠 속에서 웃고 있는 인간 때문에 무서워진다. 무서워진 인간 때문에 우스워진다. 부드러운 평지에서 가라앉는 유적처럼이다.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내가 지은 죄는.
 좋겠지, 부활은, 수십 세기의 밤을 열 번 보내고 일어나면 인간의 가루가 어디에나 있어, 이름을 두고 처박힌 별들이 가득한 호수에 발을 넣고 녹아 사라지며 파이지도 튀어나오지도 않으면, 그 위에 반영처럼 남으면, 이렇게 바닥에 누워 좋겠지, 좋겠지 하고……,

 두 사람이 나를 만들었다.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일. 어느 날 그는 내게 살고 싶지 않다 말했지만 아직도 살아 있다.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아무리 부탁해도 교회에 가지 않는다. 그의 해저에 세워진 공장 일요일만은 쉬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참을 수 없다는 거 다 헛말이다. 말은 누가 못하나? 두 쥐는 나란히 누워 ‘너 죽인다! 정말 죽고 싶어?’ 뒹굴며 무슨 말이든 하지 않던가? ‘죽여 봐!’ 말로는 구원도 된다. 손바닥만 한 거실에서 그의 등에 붙어 그만해, 그만해, 그 모양의 바닥이라도 될 듯 울었는데.
 밤은 습하고 더웠다. 들어옴과 나옴이 뚜렷해졌다가 가라앉았다. 분을 못 이겨 나온 쪽은 나였다. 도로에 전조등이 달렸다. 그는 지독하게 참을성이 좋고 잘 웃는 사람이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그때는 차라리 그가 그녀를 죽이고 죽기를 바라기도 했다. 내가 무서워서 웃었다. 돌아와 엎어진 티브이, 의자, 발에 밟히는 설탕, 그것 말고는 없어 낙심했다. 어디에도 피는 없었고, 목을 조른 흔적도 불을 지른 흔적도 없었다. 못하겠으면 내가 할까? 내가 할까? 나는 말도 못했다. 그들은 방들로, 나 혼자 거실로 내몰렸다. 그는 내 침대에 누워 책을 펼쳐놓고 잠들어 있었다. 사는 동안 한 권이나 봤을지 모를 책. 증오스런 책들. 실망감 탓인지 내게도 잠은 쉽게 왔다. 창밖 새벽에 몰려드는 푸른 먹구름과 물어뜯는 것들과 핥는 것들, 자리마다 솟아오르는, 솟아올라 허공으로 떨어지는 산 꿈을 꾸었고, 다음 날 그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내리눌러 끄고 들어오며, 책이라도 열심히 보라 말했다. 내게, 그가. 나는 창틀을 잡고 외쳤으면 했다. 이럴 수는 없지 않느냐 이럴 수는? 베란다 가득한 화분 모조리 밖으로 던지고 싶었다. 누가 이 덩어리를 밖으로 내쳐 줬으면 했다.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책이라도 열심히 보라고 내게 그가 말한다고?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를 부활시킨다고? 말을 모르는 아무나 만나 아무렇게나 됐으면 했다. 그녀는 그를 위해 기도하라 했고, 또 간혹 화분들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이거 봐라 싹 난다’ 그렇다면?

 일어나 일어나라, 두 쥐는 빗속 답이 없었다. 내 말로는 안 되는구나, 두 쥐의 시체가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물러나면 그것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목적 없는 끝없는 정시, 도시는 정전이었다. 모든 방향에서 눈의 고요가, 거기 없는 배경에 드러누운 수의 신, 나를 보는 내 시체, 내 것이 아닌 나의 방까지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고, 몸을 태운 발이 두려움 따라 움직였다. 내 것이 아닌 나의 방에서 괜히 무서워지는 것은 나뿐이었다. 나는 넘어지는 나를 상상했고, 이 방까지 모두가 나를 쫓아왔다. 이제 처음 보는 이 어둠, 그들은 일했고, 나는 여기에. 방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방으로 나가는 것이다. 나와 내가, 우리가 있는 방으로.

 걔는 악마였다. 웃고 있으면 그 아이의 구원 파괴의 도정, 울고 있으면 제 머리에 손을 얹고, 모든 세상의 악은 걔로부터 나왔어, 구하려고, 그 아이로부터, 눈이 부셔서 나는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안 죽었다. 나는 멀리 왔고, 그러니까 걔는 천국,
 천국이야, 버튼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외계의 격납고야, 죽은 것들에까지 죽음을 선사하는 폭탄들을, 데리고 있어 그 아이의 얼굴이 언제든지 나를 죽일 수 있어, 말하지 않지만 말하고 있어, 내가 너를 죽일까? 아이의 입이 열려 화관으로 장식된 미사일이 별
 이유도 없이 발사되는 날이 온다. 그것은 약속도 없이, 내 힘으로 계산할 수 없는 폭발을 풀어놓았고, 보이지 않는 점들이 끌어당겨 우리를 찍어 누르고, 만물을 내부로 추락시켜 그 안에서 어둡고 무거운 힘으로 변신시키는 그런 날이 온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나를 죽일 거야, 그 아이는 세계야 네 방에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