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개를 섬기는 개 주인,
 혀와 목구멍부터, 콧속과 눈 뒤를, 얼굴과 척추 사지와 내장을, 당신을 드디어 종에게 바치고,
 당신의 종이 당신의 입술을 열고 걸어 나온다. 당신의 주인이 자신을 소개한다. 아, 안녕하십니까? 당신을 만난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화면을 문지르는 당신의 지문처럼, 산맥은 파도처럼 일어나 과거를 덮칩니다. 그 아수라장, 백합 가득한 골짜기에서 회전하며 미쳐간 왕들이, 다시 온다. 자신도 믿지 않는 신앙으로, 뜻 모른 채 떠밀린 광신으로. 개성으로. 너도 그 향기로운 지옥에서 살고 싶으냐?
 살고 있어요……. 천사들은 전선 위를 지난다. 빗줄기는 빛 속에서만 보인다. 혜희는 잿빛 치맛자락 속에 열중한다. 그 속의 파란 살갗을 보려고, 뿌려진 옷가지, 구경거리지? 좋은 구경거리다. 혜희의 살갗이 팽팽히 당겨진다. 문질러진 것처럼. 이 거리에 왜 아무도 없어? 망해 가는 도시니까. 흡혈당해 핏기 가시는 중인 우리처럼, 사람의 형체에 혜희가 도망쳐 버렸으면, 당신이란 징그러운 당신들을 말하는 것이다.
 축축한 이면도로에서 시험은 계속된다.

 전제들은 세계들, 세계들이란 것이 온다. 한 방에서도 각자의 문으로, 한 고장에서도 각자의 나라가, 발 달린 고장들이 로켓 먼지 아래, 생각하는 별이 되려고 안간힘 중인, 세 번재 행성의 끓고 있는 바다들, 우주를 바라보며 침입자를 기다리며, 그 아이가 물었다.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뭐예요? 앉은 잠자리의 날개가 바람에 흔들린다. 아무것도 휘젓지 않는 날개맥이 잠시, 잠시 아무것도 날게 하지 않는 무늬가 넷, 적란운이 생각나게 하는 것 마침표와 쉼표들, 우주선들, 침몰하고 또 건조당하는 배들,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배들 다섯, 철과 도기 파편의 고리가 후광처럼 별을 붙잡고, 그런데 왜 그 별인가? 그것이 모든 나를 데리고, 해를 향해 떨어지는 중인, 이것이 너와 나를 가리기 위한 전제들 전부, 예요? 그래요? 여섯? 그 개새끼한테 이름은 없어! 일곱? 그렇게 생각하는 바다, 어떤 바도 갖지 않는 바다, 어떻게 하냐고? 세계가 각자의 것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각자가 각자의 것임을? 우리, 인간 벌레들? 손가락이 날아다닌다. 벌레들이 복수하러 온다.

 어떻게 할까요? 당신의 주인은 배우처럼 손을 마주 비빈다. 쥐를 가져오게 해봐, 이 인간이 그토록 무서웠던 두 쥐를. 당신의 몸은 지체 없이 빗속으로 두 쥐를 데리러 간다. 혜희는 아스팔트 위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들추어 고른다. 보라, 이것이 어울리겠는가? 젖은 옷들이 가리키는가? 그냥 너를 믿으라고? 너는 틀리지 않는다고? 젖은 옷은 가리킨다. 마른 옷도 가리킨다. 입지 않은 이를 가리킨다. 하늘은 진줏빛 구름 사이에서 자줏빛으로 가리킨다. 보라, 그럼 이것은 어울리겠는가? 깨진 벽돌 조각을 들고 묻는다. 그러나 이것은 대체 불가하지 않은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곳은 미지이며,
 쥐가 회전한다. 어째서 돌리는 거냐, 멈추게 하라, 지금 멈추게 하라, 두 개의 몸체를 꼬아 매단 당신의 손가락을 가리킨다. 먹게 해! 손가락을? 쥐를, 쥐를 지금 멈추게 하라! 네 개의 눈 여덟 개의 발이, 어두운 내장이 구부러진 골목마다 고인 종족의 것들이, 혜희가, 회전한다. 당신은 날아가겠다. 날개가 발톱을 먹고, 비늘이 이빨을 먹고, 점액이 털을, 불이 뼈를, 흙이 피를 먹는 것인데, 일들이란 그렇게 되는 것인데 무엇이 두려우냐, 잃지 않게 해 달라, 어디든 가지고 다니도록 해줘, 멈추라, 너를, 쏟아지는 바다를, 회전하는 하늘과 그것의 옷가지를, 삽날처럼 파고드는 손들을, 쏟아져 내리는 이 땅을.
 너는 너무 많이 원한다. 전부 한마디로 족하다. 아무 움직임도 필요치 않다. 말하라, 증명되었다고, 네가 한 사람 아님이, 증명이 되었다고, 끝날 것이다. 쥐와의 대면도, 말의 가면도 네 하얀 악마도, 방으로 돌아가 누운 사이 기병처럼 떠오는 해에 전부 무너질 것이다. 내일, 누워 내일을 불러라. 구석마다 무릎을 안고 있던 어둠들이 바닥을 밀며 물러나면 발바닥 사라진 틈에 네 노란 등이 빼곡하다. 평평한 것이 볼록한 뒤통수에 속삭일 것이다. 사랑, 그런 단어를 알고 있지 너도? 네 골에 가득 꽃 바치는 이 있으라, 내일이 밝으면 자신의 아래턱을 주워 든 사람이 찾아온다. 그 목소리를, 요청하는 네 목소리를 들어라, 킁킁거려라, 빠진 이 구멍에서 좋은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는가 어떤가, 증명되었다! 증명되었다! 증명되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천천히 혜희의 목을 쥔다. 침을 삼킨다. 손바닥이 턱 뒤로 파고든다. 죽일 거야, 아직이다. 아직 너도 그렇게 느끼지, 그러므로 그렇게 생각하고, 손가락 사이로 진동을 느낀다. 그러므로 그렇게 생각하고, 당신은 재촉한다. 어떻게 할까요? 당신은 머리 위로 그들을 돌리다 그렇게 말하며 놓쳐버린다.

 두 쥐는 그녀가 태어난 곳의 그때부터 있었던 생강 밭으로 날아가 떨어진다. 짐승의 냄새를 맡은 뱀이 볏짚 사이에서 세모진 머리를 내밀었고 내끌어졌다. 그는 삽날을 세워 누르며 네 할미가 물리면 어쩔 것이냐 물었다. 왜요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렇게 울상인가요? 죄인처럼 삽날을 긁던 꼬리와 없는 손발과 마비되는 하늘, 광에 두라고 받아 든 삽을 어디로든 처던지고 싶었다. 그보다는 어디에 세워 밟아 누르고 싶었다. ‘그녀는 죽거나 살겠지요?’ 이렇게 땅을 파서 이렇게, 이렇게 긁힌 뿌리들에서 싸한 냄새가 나고, 자꾸 노인의 목을 찍어대는 삽날 같은 것들 아직 짚더미 아래서 도사린 종족의 자식들 휘감기는 것들 두 쥐를 노리는 것들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한 거냐,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한 거냐, 왜 그녀를 괴롭혔지? 다리를 빼앗김은 네 자초다, 꼬리만 남음도 네 자초, 쏘임 당한 화살 같은 뱀아, 이것을 진작에 빼앗아 우리의 머리에 내려쳤어야 했는지, 지금 시체인 네가 스르륵 도망쳐, 그 새끼가 네 긴 혼을 놓아준 것이지, 번개도 치지 않는 날에 어떤 불타는 표지도 없는 날에, 이런 삽질 같은 것은 참 많지 그렇지? 운이 참 좋지 꿈에서는 죽지도 않고…….